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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가지고 제주도 입도記 (차량 선적)
    Some things to read 2020. 3. 8. 00:29

    삶의 퇴적물이 쌓여갈수록 새로움은 적어지고 익숙함이 많아지는데, 문득 지겨운 기분이 들어서 충동적인 마음 반, 필요에 의한 마음 반정도로 내 삶에 변화를 주고 싶었습니다. 내입장에서 가장 쉽게 할수 있는게 삶의 터전과 업으로 하는 일을 바꾸는 것이었다. 그래서 작년 10월경에 다니던 회사를 정리하고 워크넷에서 구직을 해서 제주도 입도를 하였습니다. 제주도민으로 살면서 출퇴근을 위해 차를 꼭 가져가야해서 부득이하게 차가지고 제주도를 오게 되었는데, 그 이야기를 기록해 보려합니다.

    경남 거제에서 5년정도 살다보니 혼자살아도 자꾸만 짐이 많아져서 차 뒷좌석을 접어도 한가득이라 애를 먹었습니다. 버릴 것과 쓸만해 주변에 나누어 줄 것들, 그리고 가져가야할 것들을 구분하는 작업에도 뜻밖에 많은 시간이 필요해 애먹었습니다. 떠나기전 짐으로 가득찬 차 내부를 기록하며, 남루하나마 가진 것이 많아질수록 내 삶의 무게도 많아지는 것같은 느낌이 들어요. 가볍고 적게 소유하고 간결하게 살고 싶은 내 삶. 그러기 위해서 이렇게 반복해서 써가며 의식하고 살아야겠다는 필요성을 느낍니다.

    영화 '레옹'에서 장르노에게 아글라오네마가 외로운 삶의 친구였다면 나에게는 빅토리아가 있기에 동행없는 먼길에 3년째 나의 말벗이 되어주는 '빅토리아'를 실었습니다. 분갈이를 못해줘 빅토리아가 더 못자라는 게 아닌가 미안하기도 하네요. 공기정화식물인 빅토리아는 산소배출량이 많아 실내가습효과도 있고 전자파도 잘 차단해주는 친구입니다. 부산 여수 목포 인천등 제주도를 오가는 배편은 다양한데 그 가운데 저는 완도발 제주행 여객인 블루나래호를 타기로 결정했습니다. 블루나래호가 총 소요시간 1시간 20분으로 빨라서 덜 피곤할 것같았습니다. 다른 선박들은 야간출발해서 아침에 제주항에 도착하거나 4~5시간의 소요시간을 가지는 노선들이어서 그랬는데, 이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블루나래호만 정기보수때문인지 페선되었는지 노선에서 사라졌습니다. 

     

    아무튼 예매를 하고 나니 다음과 같은 안내문자가 도착했습니다.

    [Web발신]
    ▶완도-제주 16시40분 출항 한일블루나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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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9-10-26 16:40 출항 완도발-제주행 정기여객선 블루나래호를 사전 예매(예약)하신 고객님께 탑승과 관련한 필수적인 사항을 안내하여 드립니다.

    원활한 수속을 위하여

    ■ 차량선적: 완도항 3부두 내 한일카훼리 차량매표소(출항1시간30분전) 도착하여 주시기 바라며

    ■ 차량없이 여객만 이용 고객: 완도여객선터미널 제주방면 매표소로(출항30분전) 오시기 바랍니다.
    ※ 주소: 전남 완도군 장보고대로 339

    ■ 신분증 확인 강화
    승객의 신분확인이 강화되어 신분증 미지참시 승선 및 매표가 거부되오니 필히 지참하시기 바랍니다.
    (미성년자 발권 시 학생증, 등본, 가족관계증명서, 건강보험증 등 신분 확인 가능한 서류 지참해야 함. 터미널 內 등본발급기 있음)

    ■ LPG, 페인트, 신나, 화기성 물질(부탄가스, 폭죽, 에프킬라 등)이나 폭발성 및 인화성 위험 물질은 선적이 불가능하니, 세부적인 사항은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 출항후 차량갑판으로 이동 불가능하오니 필요물품은 차량 선적 전에 미리 챙기시기 바랍니다.

     

    차량은 소형이라 99,530원, 사람인 나는 40,900원해서 총 140,430원 결제했습니다. 완도까지가는 비용해서 토탈 20만원에 차가지고 잘 넘어온것 같습니다.

    겨울을 앞둔 10월이었지만 햇살이 반짝이던 그날 짐 싣고 덜컹거리며 달리다보니 완도에 다다랐어요. 조용한 분위기에 아주 차분하고 설레이는 마음과 불안함이 교차하던 이날의 풍경과 감상은 다시금 그때로 나를 소환하는것 같네요.

    완도항에 도착하니 제주도에서 여행을 즐기고 온 차량들이 하나둘씩 나오고 있었습니다. 지금은 여행이 아니라 삶의 터전을 일구기 위해 가는 길이라 긴장감이 들었지만 여행자로서 제주도를 드나들때 제주아일랜드가 주었던 행복을 알기에 내 눈에는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저 차들이 상쾌한 기분이 들거라 여겨졌어요.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빠르게 내리는 차들중에서 아주 아픈것마냥 천천히 나오는 차가 보여 자꾸 보니 아주 비싼 외제차 포르쉐더라구요. ㅎㅎ

    처음이고 무슨일이 생길지 몰라 안내해준대로 일찍갔더니 더일찍 도착한 차들이 이렇게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으나 들어간 순서대로 차곡차곡 고박하고 적재하기에 제주도에 도착해서는 적재한 역순으로 나오니 적당히 일찍가서 적당히 빠른순서로 나오는게 기다림을 못기다리는 현대인들에게는 하나의 이용팁이 되지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내 순서가 되어 직접 몰고 차를 진입시킵니다. 어떤라인에 맞춰주차를 해야하는지 몰라 유도해주시는분의 친절한 가이드에도 좀 헤매다가 파킹을 완료했습니다. ^^;;;

    차량을 선적하고 그길로 하선해 다시 터미널을 통해 승선을 해야합니다. 이용객이 많아서 그런지 터미널이 깨끗하고 좋았습니다.

     

    앞쪽에 실버클라우드선이 보이는데 블루나래는 좀더 작았습니다. 실버 클라우드가 1180명과 150대의 차량을 선적할수있는 규모의 대형카페리이지만 소요시간은 블루나래보다 1시간 더 긴 2시간 40분정도가 소요되는 점이 큰 차이네요.

    2등의자를 구매해서 보니 요런 의자였습니다. 승객이 넘쳐나지않아 옆쪽에 사람이 없이 또 혼자 앉아 잠자려 눈도 감아보고 했으나 아무리 피곤해도 잠은 오지않을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되게 시끄럽거나 heeling이 많아 쏠리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파도를 헤쳐나가는 힘찬 움직임이 그대로 전해오고 있었습니다. 

     

    18시가 되어 드디더 건입동 제주항에 들어섰는데 해는 져서 어둑어둑하고 게다가 비까지 내리니 기댈곳없는 내마음이 좀 처량함을 느낀것 같았습니다. 빨리 정해진 집으로 가서 따뜻한 물에 샤워하고 김이 모락모락나는 밥을 먹고 싶었습니다. 도착하면 내부이동로를 통해 차량으로 가서 타고 대기했다가 순서가 되면 고박해놓은 것을 풀어주고 안내해주는대로 나오면 바로 부두인데 출입문에서 방역해주는 스프레이를 시원하게 맞아주고 나오시면 제주도 여행이 시작되겠습니다. 여러분들도 한일고속으로 자차로 하는 제주도 여행해보시기 바랍니다. 지금까지 '내가 더 잘할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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